섭장 극복기
🌈개인기록용
18살 하반기 찾아온 섭식장애는 19살이 끝날 때까지도 낫지 못했고, 지금도 스트레스를 받으면 밥 한숟가락 마저도 토해버린다.
건강하게 살을 빼는 방법은 아직 내게 없다. 살을 빼야한다는 스트레스가 모든 것을 토하게 만들고, 살에 집착하지 않다가 어느날 잰 몸무게에 스트레스를 받아 또다시 토하게 된다.
내가 섭식장애를 완전히 고치지 못한 것은 내 몸 자체가 많이 망가져 내 생각보다 더 많은 휴식을 필요로 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나마 지금 나아졌다고 하는 것마저 스트레스를 받으면 지켜지지 않지만 적어도 나와 같은 사람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 글을 적어본다.
우선 18살 하반기, 심한 스트레스로 인해 물조차 토해내며 하루에 초코바 하나, 에너지드링크 한 캔으로 버티던 날들이 있었다. 상대가 나를 싫어하는 것이 내가 뚱뚱하고 어두운 탓이라 생각했다. 일부러 그렇게 먹은 것은 아니다. 먹을 수 있는 것이 없으니 당이 떨어졌고, 손이 떨리니 초코바 하나를 하루종일 녹여먹었다. 먹은게 없으니 피로가 쏟아져 에너지드링크를 마셨다. 그러다가 응급실에 실려갔고, 정신과에서 진료를 받게 되었다. 내가 그렇게 토를 하면서도 몸집이 커다랗고 무기력증이 심해 식욕을 낮추는 약을 처방받았다. 당연히 토해버렸다. 이때의 몸무게가 68kg이었다.
그렇게 19살 상반기, 고3 1학기를 위탁재활센터에서 지내게 되었다. 거식증을 고치게 되니 폭식증이 생겼다. 음식을 먹으면 자제하기 힘들었고, 매일같이 속이 더부룩했다. 72.8kg이라는 숫자를 본 것이 마지막이었다.
그리고 하반기, 반년하고도 조금 더 넘는 시간을 잃어버렸다. 대입시험을 볼 준비는 하나도 되지 않았다. 그 스트레스로 매일같이 매끼니마다 토했다. 수시 6개에서 다 떨어지고나서는 더 심해졌다. 57.0kg을 찍었다.
수능이 끝나고 스트레스가 조금 덜해지자 조금씩 먹기 시작했다. 비타민을 탄 물부터 두유, 흰죽, 계란죽 순으로 점점 먹기 시작했다. 조금씩 몸무게가 올랐지만 치료중이라 생각하며 애써 괜찮다고 다독였다.
거식증이 심하던 시기에는 많이 아팠다. 목이 붓고 입안에 상처가 나고, 손등에 굳은 살이 생기고, 다크써클이 진해지고 눈은 퀭해졌다. 피부는 창백해지고 핏기가 가셨다. 더 무서웠던건 그럼에도 요즘 예뻐졌다고 하는 주변 사람들이었다. 세상이 무서웠다.
20살, 열심히 노력해 밥 한끼를 제대로 먹을 수 있었다. 1인분을 다 먹을 수 있던 건 아니지만 적어도 한끼는 먹을 수 있었다. 62kg까지 다시 올라왔다. 하지만 아무것도 먹지 못하던 시기보다는 힘이 생겼고, 더 밝아졌다.
그리고 1년정도 괜찮았다.
학교에 다니고 움직이며 잘 먹었다. 몸무게는 한참 굶으며 토하던 19살때보다 올랐지만 살은 빠졌다.
근육이 붙으며 괜찮아졌다. 57.8kg정도를 유지하고있다.
위가 줄고 적게 먹는 것이 다이어트의 정석이라고 하는 사람이 있다. 하지만 그것은 오래가지 못한다. 우리 몸은 망가지기 쉽지 않지만 한번 망가지면 회복이 잘 되지 않는다. 살이 찌면 찌는대로 건강에 문제가 없으면 괜찮다. 괜찮은 것이다. 평균보다 조금 더 나가고, 조금 더 통통하다고 해도 무리해서 뺄 필요 없다.
폭식증일 때의 사진(위)과 섭식장애를 어느정도 극복한 후의 사진(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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